새의 날개에 바람이 산다


* 오후 3시 18분 - 4시 45분 *


before
새벽에 잠깐 눈을 떠 mp3를 끈 것 말고는 푹 잤다. 맑고 개운한 느낌은 없었지만 어제처럼 8시 30분에 기상. 좀 더 일찍 잔다면 더 일찍 일어날수도 있을텐데. 낮잠은 안자고 자정이 넘어서 잠이 들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제는 신문을 도둑 맞았는데 오늘은 신문을 가지러 나갔더니 엘리베이터 앞에 한 이웃이 있었다. 화들짝 놀라 뻗친 머리를 내밀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아침 - 김치볶음밥, 사과 한 알, 물 4컵, 철분제, 복분자환.
점심 - 김치볶음밥, 사과 한 알, 다비도프 커피.


walking
황새가 나타났다. 황새는 며칠전부터 우리 동네 터줏대감인 백로가 훑던 개울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일주일 간 산책을 미뤘더니 못 보던 꽃들이 만발했다. 붉은 철쭉은 예쁘지 않다. 꽃은 줄기와 잘 어울려야 하는데 초록 줄기와 붉은 꽃은 좌우대칭 그림처럼 엇갈려보인다. 너무 붉고, 너무 초록이어서 철쭉은 예쁘지 않다. 진홍색 철쭉이 예쁘다. 진달래의 흐드러진 분홍과 붉은 철쭉의 투박함을 섞어놓은 빛깔이 난다. 그야말로 때깔나는 색. 유채는 늘 멀리 있다. 개울 한복판 나무 울타리에, 산책로 초입과 좀 떨어진 곳에 유채가 있다. 쇠오리 한마리가 탁한 물살에 진을 치고 있었다. 주황색 발이 납작하게 하늘을 향해 있는 걸로 보아 먹이 사냥을 온 것 같다. 이곳에 좀 살았으면 알잖아? 거긴 먹이가 많지 않을 거라는 걸. 내가 너의 꼼수를 알 리는 없다만. 황새가 나를 앞질러 산책로 한가운데에 와있었다. 황새가 날개를 펼칠때마다 바람이 불었다. 굼뜨지만 가볍게 착지.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천변에 왔을땐 바람이 너무 거세 걷기가 힘들었다. 새의 날개엔 바람이 산다. 백로가 그립다. 차분하고 말 수 없는 (?) 백로는 어디에 있을까. 대가족 오리떼에도 굴하지 않고 유유자적 독야청청 말달리던 백로는 어디에서 헤매고 있을까. 요새 통 백로가 보이지 않아 걱정된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산책객들은 모자가 날아갈세라 머리를 짓누른다.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다. 내 갸냘픈 몸이 바람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가엾다. 달리기와 뒤로 걷기도 생략. 산책로를 한 바퀴 돌면 얼추 40분이 걸린다. 15분간 운동기구를 괴롭혔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산책로 반바퀴를 더 돌았다. 요샌 산책객들이 부쩍 많아졌다.  



after
저녁 - 김치볶음밥, 사과 한 알, 치커리 샐러드, 콩자반, 철분제, 페퍼민트 차. 

내일은 꼭 장을 보러가야 한다. 
이대로 있다가 뱃속에 배추밭이 열릴지도 모른다. 

 

by 이은조 | 2008/04/23 18:58 | 공중산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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