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낮잠

* 오후 3시 3분 - 4시 20분 *


before
어젯밤 자정에 침대에 누웠다. 성시경의 푸른밤을 들으며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를 훑었다. 1년전 앙코르에 갈 때 읽었던 책이었는데 1년 만에 다시 들었더니 감회가 새롭다. 앙코르의 슬픈 지명들과 유적지들이 아른거렸다. 얼마전 앙코르에 다녀온 지인은 내가 들렀던 사원이 출입금지라 올라갈 수 없더라고 했다. 내가 가기 직전에도 폐쇄한 사원이 하나 있었다. 왕들이 신을 위해 제사를 지냈다는 사원이었는데, 앙코르는 점점 폐쇄하고 보수해야 할 곳이 늘어난다. 슬픈 일이다. 아마도 1시 무렵 잠이 든 것 같다. 성시경의 목소리가 가물가물하게 들렸던 기억. 새벽 5시에 눈을 떴고, 라디오를 들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좀 더 뒤척이다가 6시에 일어나버렸다. 남편은 하루키가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깅 하고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는데 나도 하루키를 좀 따라하고 싶었다. 만들어 둔 감자샐러드와 토스트와 커피를 먹고 노트북을 켰다. 9시까지 글을 썼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샤워하고 아침을 조금 만들어먹고 도서관. 도서관에 새 책이 많이 들어와있었다. 아. 기뻐라. 4일부터 대여가 가능하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5단지에 열린 장터에서 튀김과 떡볶이를 샀다.



walking
별로 재미있지도 않았거만 라디오를 들으며 걸었더니 오늘 산책로 풍경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소리가 걸음을 움직이게 했고 기억을 묻었다. 한 줌도 안되는 강아지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으르렁거렸다. 아. 산책로의 개들은 나를 너무 우습게 본다. 주인이 강아지 목에 줄을 매달고 얼른 지나가라, 고 말했다. 좀 짜증스러웠지만 한동네 사람이라 참았다.

500m 달리기.

조금 더 달릴 수 있었지만 또 돌아가는 길이 힘들까봐 그쯤에서 멈췄다. 허리를 곧게 펴고 힘주어 걸었더니 조금 피곤하다. 운동기구에 점점 능숙해지는 내가 자랑스럽다고나 할까. 햇볕이 따갑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



after
샤워. 목욕탕 청소.
토마토 주스와 떡볶이, 튀김.
한 시간의 낮잠.
꿈없는 잠이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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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조 | 2008/04/29 19:27 | 공중산책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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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4/30 00: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은조 at 2008/04/30 15:13
어제는 좀 게으르고 싶었나봐요.
생각이란 걸 하기 싫었던거죠.
단 하루도 생각을 안하고 사는 날이 없으니 말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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