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06일
산책을 기다려
* 오후 5시 29분 - 6시 41분 *
before
아침에 눈을 뜨면 벌떡 일어나는 걸 즐겼었다. 그랬다, 정말. 요즘엔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 누워 창 밖 건너 아파트와 공기와 내 눈이 만큼의 하늘을 바라본다. 일어날까 말까.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일어나 살그머니 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온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이웃이라도 있을까봐,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올 이웃이 있을까봐 신문은 잽싸게 집는다. 물 한 컵을 완샷하고 잠깐 거실 밖 너머의 날씨를 감상한다. 침대에서 감상하던 것과는 좀 다르다. 누워서 보는 것과 서서 보는 것의 차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보이고 신호를 지키는 차들을 그저, 본다.
너무 진한 블랙 커피를 마셨다. 쿠키가 좀 달달해서 커피를 내렸는데, 욕심이 과했다. 카페인이 온 몸으로 퍼지더니 몽롱해지고 머리가 좀 시큰거렸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산책을 건너뛸까도 고민했다.
개운하게 다녀오자는 천사의 속삭임에 넘어갔다.
walking
하루살이가 물방울처럼 퐁퐁 터질때, 하루살이가 저 혼자 허리케인을 만들며 빙글빙글 돌 때, 중년의 아들이 노모의 손을 꼭 잡고 걸을 때, 분홍색으로 무장한 썬캡의 아주머니가 칠부 트레이닝복 차림일때, 초등학교 축구부원들이 잔디에 넘어져도 울지 않을 때, 자운영이 몽글몽글 맺혀있을 때, 강아지가 늘어지게 하품을 할 때, 여름이 오고 있다.
산책로 초입에 인공 폭포가 생겼다. 하수 기능으로 만들었을 가로 180m즘 되보이는 시설인데 천지연 폭포 소리 못지 않게 우렁차게 물줄기를 쏟아낸다. 산책로 중간에는 꽤 사치스러워 보이는 대리석 조형물 두 개가 나란히 세워졌다. 게시물을 전시할 것 같은데, 부디 산책객들이 조심히 다뤘으면 좋겠다.
지난 가을 서울을 떠나 대전 살이가 시작되었을 때, 아토피에 시달렸었다. 결혼 후 처음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부터 아토피가 생겼는데 지난 가을은 절정이었다. 팔과 종아리, 등에 포진한 아토피는 끔찍했고 가려워서 죽을 것 같았다. 물 샤워만 해도 아토피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피부과 약은 독해서 먹을 수 없었고, 좋다고 하는 치료제들을 바르고 문질러도 아토피는 기세 등등했다. 2월에 새 집으로 입주하면서 아토피가 싹 나았다. 정말 신기할 정도다. 어린 시절에도 아토피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심하진 않았었다. 여름 한 철 땀띠가 나는 정도. 맨 살을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 결혼 후부터였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내게 맞지 않았던 탓도 있을 것이다. 시댁에서 더부살이를 할 때, 나는 밤마다 과자와 사탕을 먹었다. 군것질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나는 끼니 때와 화장실을 사용할 때가 아니면 거실로 나가지 않았다. 시댁 집 구조는 나를 더 숨막히게 했다. 저녁이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부모님들은 내가 방에서 나오는 걸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목격하게 된다. 거실 벽과 내가 머물던 방의 벽이 맞닿아있는 까닭이다. 나는 버스에서도, 거리에서도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걸 몹시 싫어한다. 하물며, 내가 방에서 나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시부모님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한번은 몹시 볼 일이 급했지만 참았다가 병원 신세를 졌다. 어쩔 수 없었다. 시부모님이 잠들면 내 방에서 컵라면을 끓여먹었다. 라면을 경멸하는 시부모님들에겐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 밥과 반찬이 너무 부실하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자주 먹어줘야 하는 내 작은 위를 말해도 귓등으로 흘린 시부모님이라 야참은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했다. 피부는 점점 심해졌고 나을 기미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새 집으로 입주한 후, 나는 우선 과자를 끊었다. 정 과자가 먹고 싶으면 수제쿠키를 사먹었다. 라면은 반 개씩 밖에 끓여먹지 않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순한 베이비 바스를 골랐고, 아로마 바디 로션을 꼼꼼히 발랐다. 그리고 두 달이 된 지금, 나는 오늘에서야 내가 아토피를 앓았었다는 걸 알았다.
500m 달리기.
이제는 달리기가 끝나도 걷는 데 지장이 없다.
그래도 600m를 달리는 덴 신중해야 한다.
after
솟아나는 의욕을 샤워로 잠재우고, 밥으로 잠재운다.

산책로 가운데,

산책로의 끝, 관평천으로 이어지는 너른 잔디.
휴일에는 운동팀들이 포진한다.
900m가 써 있는 곳에서 12km라고 써있는
다음 표시선까지 뒤로 걷기를 하는 곳.
12km는 옆동네인
전민동에서부터 시작한 거리다.

우리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남편은 저 다리가 우리집에서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before
아침에 눈을 뜨면 벌떡 일어나는 걸 즐겼었다. 그랬다, 정말. 요즘엔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 누워 창 밖 건너 아파트와 공기와 내 눈이 만큼의 하늘을 바라본다. 일어날까 말까.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일어나 살그머니 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온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이웃이라도 있을까봐,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올 이웃이 있을까봐 신문은 잽싸게 집는다. 물 한 컵을 완샷하고 잠깐 거실 밖 너머의 날씨를 감상한다. 침대에서 감상하던 것과는 좀 다르다. 누워서 보는 것과 서서 보는 것의 차이.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보이고 신호를 지키는 차들을 그저, 본다.
너무 진한 블랙 커피를 마셨다. 쿠키가 좀 달달해서 커피를 내렸는데, 욕심이 과했다. 카페인이 온 몸으로 퍼지더니 몽롱해지고 머리가 좀 시큰거렸다.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산책을 건너뛸까도 고민했다.
개운하게 다녀오자는 천사의 속삭임에 넘어갔다.
walking
하루살이가 물방울처럼 퐁퐁 터질때, 하루살이가 저 혼자 허리케인을 만들며 빙글빙글 돌 때, 중년의 아들이 노모의 손을 꼭 잡고 걸을 때, 분홍색으로 무장한 썬캡의 아주머니가 칠부 트레이닝복 차림일때, 초등학교 축구부원들이 잔디에 넘어져도 울지 않을 때, 자운영이 몽글몽글 맺혀있을 때, 강아지가 늘어지게 하품을 할 때, 여름이 오고 있다.
산책로 초입에 인공 폭포가 생겼다. 하수 기능으로 만들었을 가로 180m즘 되보이는 시설인데 천지연 폭포 소리 못지 않게 우렁차게 물줄기를 쏟아낸다. 산책로 중간에는 꽤 사치스러워 보이는 대리석 조형물 두 개가 나란히 세워졌다. 게시물을 전시할 것 같은데, 부디 산책객들이 조심히 다뤘으면 좋겠다.
지난 가을 서울을 떠나 대전 살이가 시작되었을 때, 아토피에 시달렸었다. 결혼 후 처음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부터 아토피가 생겼는데 지난 가을은 절정이었다. 팔과 종아리, 등에 포진한 아토피는 끔찍했고 가려워서 죽을 것 같았다. 물 샤워만 해도 아토피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피부과 약은 독해서 먹을 수 없었고, 좋다고 하는 치료제들을 바르고 문질러도 아토피는 기세 등등했다. 2월에 새 집으로 입주하면서 아토피가 싹 나았다. 정말 신기할 정도다. 어린 시절에도 아토피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심하진 않았었다. 여름 한 철 땀띠가 나는 정도. 맨 살을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 결혼 후부터였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내게 맞지 않았던 탓도 있을 것이다. 시댁에서 더부살이를 할 때, 나는 밤마다 과자와 사탕을 먹었다. 군것질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나는 끼니 때와 화장실을 사용할 때가 아니면 거실로 나가지 않았다. 시댁 집 구조는 나를 더 숨막히게 했다. 저녁이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부모님들은 내가 방에서 나오는 걸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목격하게 된다. 거실 벽과 내가 머물던 방의 벽이 맞닿아있는 까닭이다. 나는 버스에서도, 거리에서도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걸 몹시 싫어한다. 하물며, 내가 방에서 나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시부모님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한번은 몹시 볼 일이 급했지만 참았다가 병원 신세를 졌다. 어쩔 수 없었다. 시부모님이 잠들면 내 방에서 컵라면을 끓여먹었다. 라면을 경멸하는 시부모님들에겐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 밥과 반찬이 너무 부실하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자주 먹어줘야 하는 내 작은 위를 말해도 귓등으로 흘린 시부모님이라 야참은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했다. 피부는 점점 심해졌고 나을 기미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새 집으로 입주한 후, 나는 우선 과자를 끊었다. 정 과자가 먹고 싶으면 수제쿠키를 사먹었다. 라면은 반 개씩 밖에 끓여먹지 않으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순한 베이비 바스를 골랐고, 아로마 바디 로션을 꼼꼼히 발랐다. 그리고 두 달이 된 지금, 나는 오늘에서야 내가 아토피를 앓았었다는 걸 알았다.
500m 달리기.
이제는 달리기가 끝나도 걷는 데 지장이 없다.
그래도 600m를 달리는 덴 신중해야 한다.
after
솟아나는 의욕을 샤워로 잠재우고, 밥으로 잠재운다.

산책로 가운데,

산책로의 끝, 관평천으로 이어지는 너른 잔디.
휴일에는 운동팀들이 포진한다.
900m가 써 있는 곳에서 12km라고 써있는
다음 표시선까지 뒤로 걷기를 하는 곳.
12km는 옆동네인
전민동에서부터 시작한 거리다.

우리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남편은 저 다리가 우리집에서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 by | 2008/05/06 20:58 | 공중산책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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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견디었을까. 미련하게도 참은거죠.
그 시선은 안받아본 사람은 몰라요.
물만 마셔도 왜 물 마시느냐, 고 물어볼 정도죠...
감쪽같이 나은 제 몸이 너무 신기해요.
두피까지 심각했었는데 말짱합니다.
그 책, 보고싶네요. 챙겨주시니 너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