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잠

* 오후 4시 29분 - 5시 45분 *


before
오전 9시, 책상 앞에 앉다. 충분히 잤으니 무언가를 시작해야지.
오전 11시, 문득 서재방을 청소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책꽂이에 쌓인 먼지까지 닦다보니 얼추 20분이 흘렀다. 내친김에 거실 청소. 송화가루가 날라와 요샌 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다. 환기를 시키지 못해 아로마를 켜두었는데 좀 찜찜하다.



walking
관평천 오리들이 걱정된다. 쟤들은 무사할까. 내 걸음을 따라 파도 소리를 내며 따라붙는 풀들.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아 휙,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mp3도 질린다. 자동차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초등학교 아이들의 수다, 물수제비를 뜨는 고등학생, 강아지도 왈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삼 선명하게 다가온다. 귀를 열면, 세상이 보인다. 관평천 강물이 짧게 깎은 이등병 머리처럼 까슬하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500m 달리기.

바람 속을 바람처럼 통과하려고 뛰었더니 조금 고단하다.

다리 밑 벤치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두 남녀. 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나는 다 안다. 알것만 같다.


after
반가운 민의 전화. 나를 두고 훌쩍 캐나다에서 일곱 달이나 보내고 온 그녀.
이제 무슨 일이든 벌릴 수 있겠다.
술 마시는 날도 더러 있겠다. 기대된다. 하지만 두렵다. 난 이제 거의 술과 담 쌓았단 말이다.

잠이 몰려와 잠깐 소파에 누워 20분간 잠을 잤다. 개운하다. 너무 개운해서 씩씩하게 비빔국수를 만들었다.
비빔국수 만드는데 10분 정도면 된다니. 이거야말로 스피드한 음식 아닌가.

물론 계란은 며칠전에 삶아둔 것이 있었다 :)


by 이은조 | 2008/05/07 21:41 | 공중산책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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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5/0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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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은조 at 2008/05/08 10:18
처음엔 황사인줄 알았어요.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난리 부르스였죠. 근데 알고보니 그게 아닌거라... 님이 사는 곳도 그렇군요. 님 말대로 송화 가루, 로 고쳤습니다 ^^ 문을 꼭 닫고 있었는데도 가루가 조금씩 스며들어와요. 얼마전에 개미만한 몸체에 날개를 단 것을 책상에서 발견했답니다. 그 좁은 방충망을 통과한 모기였어요. 아. 끔찍해. 저렇게 좁디 좁은 틈으로 파고들어오는 것들에게는 기묘한 에너지가 있어요. 참말 두려워요.

오징어볶음 해드세요. 님이 좋아하는 오징어볶음! ^^
Commented at 2008/05/08 16: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은조 at 2008/05/08 21:27
일곱 달 사이에 몇 번 정도는 술과 친구했죠. 하지만 옛날 실력은 간데 없고, 쉽게 주저앉는 취객만 보이더라구요... -_-
우리, 콜라를 사이에 두고, 콜라에 취하고, 콜라에 의지하게 되지는 않을런지. 은근 걱정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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