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5일
새는 어디로...
* 오후 6시 40분 - 7시 41분 *
after
반찬 냄새가 진동한다. 거실 창과 보조주방 창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게 했다. 냄새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진저리가 나도 어쩔 수 없는 시간들. 내친김에 조기맛 어묵도 꺼내 조림하고, 김치찌개도 끓였다. 오늘의 한 끼를 비로소 저녁으로 해결했다. 철분제가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walking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힘차게 걷는다.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나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달리기를 하며 나를 앞지르고, 빠른 걸음과 자전거들도 나를 앞지른다. 바짝 쫓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많던 새들은 없고 하루살이가 와글거린다. 그사이 못 보던 꽃들이 활짝 피었다. 원추리는 일주일 사이 만개를 거쳐 저물고 있다. 탁 트인 풍경이 있어 위안이된다. 머무르지 않고 걸을 수 있어 조금 더 위안이다.
before
충혈된 눈으로 서울에 갈 수는 없었다. 약속을 취소하는데도 뻔뻔하다. 미안함일랑 없다. 무조건 이해할 수 없으면 욕하라고 말한다. 자유를 빼앗기로 했다. 책과 음악과 인터넷, 금지. 글도 쓰지 말아라. 밥도 굶긴다. 아무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몸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한 나절을 보냈다. 서재방이 어둑해질 무렵 사과 한 알을 꺼냈다. 노란 위액이 나온 뒤끝이라 달디단 사과를 넘기기가 힘겹다. 그래도 니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먹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다독인다.
나는 가끔 그렇게 혹독하게 나를 코너로 몬다. 글로 쓸 수 없는 가혹함들은 불쑥 고개를 내민다. 니가 그러고도 눈물 바람만 하겠느냐고. 코너에 몰린 내가 눈물 한 점 없는 나를 바라본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변명한다. 고등학교 교실 급훈보다 못한 삶이 내 울타리에 있다. 요는, 그런 내 자신도 별로 무섭지 않다는 거다. 악에 바친듯 일어나 눈물 콧물 흘리며 울던 내가 그립다. 차라리 그런 내가 더 순수하다.
남은 오후라도 좀 두텁게 보내자싶어 산책을 다녀오기로 한다.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밝은 기운이 살아있다.
숨통이 트인다.
after
반찬 냄새가 진동한다. 거실 창과 보조주방 창을 열어 바람이 들어오게 했다. 냄새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진저리가 나도 어쩔 수 없는 시간들. 내친김에 조기맛 어묵도 꺼내 조림하고, 김치찌개도 끓였다. 오늘의 한 끼를 비로소 저녁으로 해결했다. 철분제가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walking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힘차게 걷는다.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나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달리기를 하며 나를 앞지르고, 빠른 걸음과 자전거들도 나를 앞지른다. 바짝 쫓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많던 새들은 없고 하루살이가 와글거린다. 그사이 못 보던 꽃들이 활짝 피었다. 원추리는 일주일 사이 만개를 거쳐 저물고 있다. 탁 트인 풍경이 있어 위안이된다. 머무르지 않고 걸을 수 있어 조금 더 위안이다.
before
충혈된 눈으로 서울에 갈 수는 없었다. 약속을 취소하는데도 뻔뻔하다. 미안함일랑 없다. 무조건 이해할 수 없으면 욕하라고 말한다. 자유를 빼앗기로 했다. 책과 음악과 인터넷, 금지. 글도 쓰지 말아라. 밥도 굶긴다. 아무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몸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한 나절을 보냈다. 서재방이 어둑해질 무렵 사과 한 알을 꺼냈다. 노란 위액이 나온 뒤끝이라 달디단 사과를 넘기기가 힘겹다. 그래도 니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먹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다독인다.
나는 가끔 그렇게 혹독하게 나를 코너로 몬다. 글로 쓸 수 없는 가혹함들은 불쑥 고개를 내민다. 니가 그러고도 눈물 바람만 하겠느냐고. 코너에 몰린 내가 눈물 한 점 없는 나를 바라본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변명한다. 고등학교 교실 급훈보다 못한 삶이 내 울타리에 있다. 요는, 그런 내 자신도 별로 무섭지 않다는 거다. 악에 바친듯 일어나 눈물 콧물 흘리며 울던 내가 그립다. 차라리 그런 내가 더 순수하다.
남은 오후라도 좀 두텁게 보내자싶어 산책을 다녀오기로 한다.
오후 6시가 넘었는데도 밝은 기운이 살아있다.
숨통이 트인다.
# by | 2008/05/15 22:36 | 공중산책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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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설명하면,,, 내가 참 유치한 인간으로 느껴져서 말이죠...ㅎㅎ
산책으로 위안하고 있는 중이어요. 잘 되겠지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이런 걱정 듣고 싶었나봐요 :)